근둥이의 블로그

이전 포스팅에서는 암을 진단 받았다면, 1. 신뢰할 수 있는 의사선생님, 2. 통원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병원을 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질적인 조치인 것이죠.

 

이번 포스팅에는 암을 진단받았을 때 환자의 심리는 어떤지, 또 투병생활을 시작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좋은지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암을 진단 받는 순간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리 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느 드라마에서처럼 의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다, 고민 끝에 입을 떼며 “암입니다.” 라고 하면 화들짝 놀라는 배우의 모습이 많이 상상되실 겁니다.

 

그러나 실제 암을 진단 받는 과정은 여러 가지 검사(CT, PET-CT, X-RAY, 혈액검사, 소변검사, 골수검사, 조직검사 등)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저런 검사를 받으면서 검사 결과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 눈치를 채기도 하고, 보호자가 듣고 와서 넌지시 환자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저 같은 경우는 검사결과가 하나씩 좋지 않게 나오자,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는 하고, 비교적 자연스럽게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의 경우, 좀 슬프긴 해도 그 순간이 그렇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삶이 끝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 진단 하나 때문에 극심한 좌절감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왜 그랬나 잘 생각해보니, 암이라는 것은 일단 꾸준히 진행돼서 지금까지 온 것이라 내가 암 진단을 받은 때는 그간 내 몸이 많이 상해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일 뿐이지, 당장 바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한부 통보를 받았다 해도 보통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적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찾아보면 꽤 많습니다.

 

저는 진단 직후의 충격보다는, 투병 생활을 시작하며 그간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을 이제는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받아들여야할 때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단 항암약물치료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학교, 직장을 다닌다거나 하는 등의 정기적인 무언가를 중단해야 합니다. 머리가 다 빠져서 정말 친한 친구도 만나기 싫을 정도로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내 소식을 궁금해 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눈물을 머금고 숨겨야할 지도 모릅니다. 꿈이나 목표가 있었다면,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나와 연관돼 있는 많은 것을 중단해야 하고 포기해야 하고 끊어내야 합니다.

 

 

투병생활을 시작했다면, 아프기 전에 할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생각은 제쳐두고 아프고 난 뒤, 즉 투병생활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 합니다. 당분간은 나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 좋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든지,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한다든지, 온라인게임을 즐긴다든지...

 

즐거운 일이라면 좋고, 그것이 생산적인 일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산적인 것은 생각지 말고 일단 즐겁다면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요가를 배워도 좋고, 혼자 선글라스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등산을 해도 좋습니다. 역발상으로 아프기 전에는 바빠서 못했던 미드를 통한 영어공부, 치아 교정 등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투병 생활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겠지만, 그렇게 바란다고 금방 없어지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러기만을 바란다면 되레 정말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합시다. 그렇지 못한다면 ‘저처럼’ 혼자만의 세상에 깊숙이 갇히게 되고, 자꾸만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게 되고, 고립되고, 우울해지고, 힘들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 얼마나 부정적이었는지 돌이켜보면,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났다가도 ‘죽을 수도 있는데 지금 이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시도해보지도 않고 접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누워서 휴대폰 보다 잠들고, 먹고 자고... 그러나 이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뭔가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하는 일이 없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그러면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완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금 드는 생각은, ‘이렇게 멀쩡히 살 줄 알았으면 그 때 뭐라도 좀 꾸준히 해 놓을 걸’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암 환우 분이 계신다면 멀쩡히 살아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꾸준히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정말이지 의욕이 없었으니까요.

 

혹시 환자분이든 보호자분이든 고민거리가 있으시면 비밀댓글을 남겨주세요. 반드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다음 포스팅 부터는 암 환우 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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