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둥이의 블로그

신뢰할 수 있는 의사선생님, 통원 거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병원을 정해야 합니다.

 

암 진단 당시를 떠올려봅니다. 저는 한국 나이로 26세에 암을 진단 받았는데요. 대학병원 의사조차도 제 젊은 나이 때문에 암인지는 예상 못했던 모양인지, 열이 안 내리는 증상으로 2번이나 진료를 받았음에도 감기약만 받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되레 집 근처의 작은 내과의 의사선생님이 제 목 주변 임파선이 부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피 검사를 하더니 진료의뢰서를 주면서 혈액암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군요.

 

당시의 진료의뢰서입니다.

 

 

- Unknown fever(불명열 : 알수 없는 열)

- thrombocytopenia(혈소판 감소증)

- hepatopathy(간 장애 - 아마 간 수치가 높았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세 가지 증상입니다.

 

당시 저는 '확실하지는 않으나 혈액암이 의심된다'는 표현에 '설마 아니겠지' 싶었지만, 어머니는 바로 짐을 싸시더군요. 감이 있으셨던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렇게 택시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으로 갔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다시 피 검사, 소변 검사, CT, PET-CT, 조직검사, 골수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혈액암, 악성림프종 등을 검색해보던 중, '수면 시 땀을 많이 흘리는' 현상이 악성림프종의 증상 중 하나라는 정보를 보고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누군가와 통화하고 전화를 끊은 뒤 울먹거리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들어와서 눈물을 훔쳤던 기억도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저는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았습니다. 제 병은 '비호지킨림프종' 중에서도 '말초T세포림프종' 이었습니다.

 

진단 받은 뒤 부모님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총동원해서 림프종을 치료하기에 어떤 병원이 좋은지, 어떤 의사선생님이 림프종에 정통한지 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산병원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5대 병원에 속하지만, 집과는 멀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집이 가깝다면 환자의 보호자가 간호하기에 훨씬 편하겠죠.

 

그러나 전원을 결정한다면 다소 복잡한 절차가 있었고, 치료가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전원하나 안하나 비슷하지 않겠냐는 입장이었고, 어머니는 강력하게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제가 최대한 신경쓰이지 않도록 두 분이서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참고 - 서울 5대 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동)
•삼성서울병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서울성모병원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세브란스병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동)
•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건동)

 

제 주치의로 배정된 의사선생님이 당시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왔던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던가 아무튼 그 해에 오랜만에 복귀하신 분이었습니다. 혹시나 감이 떨어지지는 않으셨을지 걱정도 됐습니다. 아무튼 이런 문제로 부모님 두분이서 의료계에 아는 분들과 연락을 취하고, 상의해가며 끝까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서울성모병원으로의 '전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서울성모병원에 악성림프종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조석구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둘째로 서울성모병원은 저희 집에서 매우 가까웠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였죠. 당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했던 저는 이런 정보를 찾아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모두 부모님의 판단이었죠. 저는 그저 따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결정이 정말 중요했다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님이 사용하려던 항암제와 조 교수님이 사용하려던 항암제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님은 3주 간격으로 CHOP 요법을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 CHOP

사이클로포스파미드 (Cyclophosphamide)
하이드록시도노루비신 (Hydroxydaunorubicin) =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 Doxorubicin)
온코빈 (Oncovin) - {빈크리스틴(Vincristine)의 상품명}
프레드니손 (Prednisone)

 

그런데 서울성모병원 조석구 교수님은 좀 더 강력하게 변형된 CHOP요법을 쓰자고 했습니다. 조 교수님이 선택한 항암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주차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 Doxorubicin), 30분

엔독산(Endoxan), 2시간

에토포사이드(Etoposide), 2시간

 

*2주차

시타라빈(Cytarabine), 30분

블레오신(Bleomycin), 30분

빈크리스틴(Vincristine), 30분

메소트레세이트(MTX), 30분

 

*3주차

휴식

 

물론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님의 항암요법으로 치료했더라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항암치료를 마친 지금, 저는 전원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어찌 됐든 암과 같은 중병을 얻었다면,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선생님께 치료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의료계 지인들, 인터넷 정보 등 모든 수단을 고려해서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암 진단을 이미 받았다면, 전원 때문에 치료가 고작 며칠 늦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단히 위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며칠 늦게 치료한다고 해서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을 찾고 보호자가 자주 드나들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환자를 돌봐줄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림프종 같은 경우 '림사랑'이라는 림프종 환우들이 모인 다음(daum) 카페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진단 받은 병명을 인터넷에 검색하다 보면 해당 병을 앓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존재할 겁니다. 그런 커뮤니티에도 환우들 입장에서 투병하며 겪은 다양한 얘기들이 있고,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으니 꼭 참고해서 투병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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