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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레비-스트로스

 

2.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레비-스트로스는 소쉬르의 언어연구방법에서 랑그와 파롤 사이의 관계를 하나의 자족적인 구조로 간주하였다. 이는 공시적이든, 통시적이든 언제나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구조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러한 방법론이 문화를 분석하는 차원에서도 충분히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구조적 관점을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인간과학에 최초로 도입한 사람이 바로 레비-스트로스인 것이다.

(1) 레비-스트로스 이전의 인류학: 기능주의적 관점


 레비-스트로스 이전에 19세기에 시작된 인류학은 유럽 사회 외부를 지배하기 위한 식민지 제국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19세기의 인류학은 제국주의가 득세할 당시, 유럽인이 식민지를 확대하고자 원주민들을 문명인들의 기준으로 이해하는 태도로 형성되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기능주의적 관점을 토템현상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토템 현상은 어떤 종족의 생존 조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특정한 동식물을 숭배하는 것은 그것이 종족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혹은 특정한 대상을 숭배함으로써 종족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한다. 이에 조금 더 나아가 토템이 행사하는 상징적 기능에 주목하는, 구조주의에 다소 가까운 인류학이 제시되기도 한다. 토템현상이 지닌 상징성을 사회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각각 사자와 토끼를 숭배하는 부족이 있다면, 이는 두 부족의 위계질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2)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


 레비-스트로스는 앞서 다루었던 관점들을 뛰어 넘는 구조주의 방법론을 제시하여 인류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구조주의 인류학의 특징은 세 가지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앞서 본 기능주의가 생존의 차원을 다룬다면, 레비-스트로스는 ①기호의 차원을 다룬다. 각 문화를 유용성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분류 체계로서 바라보는 것이다. 분류 체계라는 것은 곧, 인간의 문화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는 인간이 자연에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려는 모습이다. 인간은 각 문화를 통해 세계와 계속해서 접촉하며 세계 속의 질서와 인간의 범주를 서로 상응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수많은 문화들 속에서 이러한 질서를 발견하고자 하며, 때로는 자연과 문화라는 두 거대 계열 사이에 하나의 궁극적인 거대 질서(메타 구조)를 수립하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문화를 일정한 분류체계로 이해한 레비-스트로스의 관점을 토템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호랑이·고래·독수리를 각각 믿는 부족이 여럿 있다고 한다면, 이 부족들은 먼저 육·해·공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분석하여 육지의 생물을 믿는 부족 A·B·C는 또 다른 차이들로 인해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레비-스트로스의 문화를 분류체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두 번째 특징을 견지한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은 실체에 대한 사유가 아닌 ②관계 속에서의 사유이다. 구조는 어떤 요소의 개별적 성질의 단순한 총합이 아니다. 여러 요소들이 일정한 관계를 형성할 때에 비로소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고 또한 그 구조 속에서 개별 요소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각 토템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과정은 결국 각각 토템에 대한 차이를 구별하고 이는 일정한 관계망을 형성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레비-스트로스에게 있어서 토템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여러 토템현상들을 분류하여 일정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에게 있어서는 호랑이·고래·독수리가 육·해·공으로 대응한다는 점과 이 세 토템이 이루는 관계들의 체계가 이 세 부족의 관계맺음을 상징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셋째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인류학은 19세기 사유의 특징들인 주체, 시간, 역사의 개념이 아닌 ③객체, 공간, 구조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그의 인류학을 전개한다. 주관이 부여하는 의미에 앞서서 오랜 시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구조를 내세워 사유의 새로운 양식을 제시하였다.

(3) 레비-스트로스의 분류에 따른 문화구조


 레비-스트로스는 이러한 구조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많은 저작들을 출간하며 인간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분류를 이뤄내었다. 신화, 언어, 요리법, 성(性) 등 인류 문화의 여러 가지 분야들을 분석하며, 다양한 문화가 그의 일관된 구조주의적 사고로 정리된다. 즉, 레비-스트로스는 다양한 현상들 속에 심층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규칙성 곧, 그 문화현상이 지닌 본질적 구조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는 레비-스트로스가 인간과학을 체계성과 규칙성, 간명성을 갖추게 하여 자연과학의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여러 문화 분류 중 본 글에서는 요리소를 조합한 ‘요리삼각형’과 오이디푸스 전설의 구조적 분석에 따른 ‘신화소’를 살펴볼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요리삼각형’을 통해 각 문화의 수많은 요리 체계를 지배하는 규칙성을 드러내었고, ‘신화소’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각 문화의 신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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