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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레비-스트로스는 철학자 전에 인류학자로 분류되는데, 이는 레비-스트로스를 기점으로 현대 인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주의인류학이 주창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그는 구조주의 방법을 최초로 인간과학에 적용시키며, 구조주의의 지평을 넓혔다. 이와 같이 레비-스트로스의 인간과학에의 적용을 통해 구조주의는 현대에 들어서 넓은 지적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셈이다. 

1. 구조주의란


 구조주의는 1950년대부터 1960년까지 두각을 드러낸 일종의 방법론이면서, 동시에 철학사조이다. 특히나 1960년대에 구조주의는 전반적인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만큼 그 영향력이 거셌다. 이러한 구조주의는 프랑스로부터 시작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의 프랑스 철학은 인접한 다른 나라, 독일이나 영국에 비해 철학적 성과가 적었다고 할 수 있지만, 20세기에 들면서 점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게 되었다. 특히나 프랑스 철학은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철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인간과학 즉 문화 전반에 있어서 나타나기에 다양성을 강조하게 되며 이는 곧, 현대철학의 접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프랑스 철학의 과감한 포문을 열게 된 구조주의는 단연 강한 영향력을 떨치며 돋보인다.

(1) 구조주의의 탈주체성


 구조주의 이전까지의 프랑스 철학은 기본적으로 데카르트의 코기토Cogito 개념에서 시작되어, 후에 19세기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로까지 이르게 된다. 물론 많은 시도와 비판·발전을 통해서 철학은 변화해나갔지만, 종래의 철학은 주체와 의미, 역사성이 중시되었다. 쉽게 말하여, 데카르트는 주체와 객체의 대립에 따라, 주체의 순수사유가 객체인 외부 대상을 받아들이는 철학을 주장하였으며 사르트르는 인간을 세계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살아가야 하는 주체로 파악하였다. 


 이에 반해 구조주의는 지금까지의 프랑스철학에 반대하며 인본주의적이고 주체중심적인 관점을 포기한다. 구조주의는 주체가 대상을 인식한다든지, 구성한다든지, 선택한다든지 하는 관점을 탈피하며 주체가 구조의 산물이라는 관점을 취한다. 구조주의에 있어 주체는 더 이상 주체의 지위를 갖지 못하며, 구조주의는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주체 중심을 벗어난, 탈주체 중심의 사상을 펼쳐 나간다. 주체의 선택과 자유란 허상일 뿐이며 주체란 그로부터 독립된 구조에 의해서 고유한 자리와 의미가 부여되고, 주체의 자유란 그 배후/근거에 있는 무의식적인 보편 구조에 의해 마련된 가능성을 일정하게 조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하여 구조주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체와 객체 모두 구조라는 형식 체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다. 주체와 객체는 독자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여러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고 의미를 갖게 된다. 주체가 대상을 내면화함으로써 의미를 창출해낸다는 철학적 이해는, 구조라는 관계망 앞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체 또한 구조 안에 있으며 고정적이지 못하고 객체와 마찬가지로 다른 관계들과의 차이를 통해서 이해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위 말하는 주체 또한 구조 안에서는 한 부분, 요소에 불과하게 된다는 뜻이다. 


 즉, 주어진 어떠한 상황에서든, 모든 요소의 성질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중요성도 가지지 않으며, 실제로는 그 상황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모든 요소에 대해서 그것이 지니는 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라는 것이다. 구조는 여러 관계들의 그물망으로서, 독립적으로 그리고 개별적 요소의 전제로서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개별적 요소들이 서로 맺는 수많은 관계들의 총체가 일정한 구조를 갖게 되며, 이 구조는 다시 개별 요소들의 의미작용에 관여한다. 


 이러한 구조주의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방법론에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소쉬르는 구조주의 언어학을 내세우며, 그 방법론은 후에 여러 구조주의 사상가들에게 있어서 분석의 기본방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2)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소쉬르는 구조주의 방법론을 언어학에 도임하여 처음으로 구조주의적 분석방법론을 확립한 사람으로 대표된다. 소쉬르 전의 언어학은 대부분 역사적 차원에서 언어를 연구했다고 할 수 있다. 언어가 역사에 따라 어떤 식으로 변화해 왔는지에 대해 연구한 것이다. 이에 비해 소쉬르는 언어가 한 체계 아래 여러 개별 언어들의 관계에 따라 이해됨을 강조하였다. 이는 통시적 관점에서 한 발 물러나 공시적 관점을 중시 여긴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공시적 관점에서의 언어연구에는 소쉬르로 하여금 언어가 지니고 있는 내적 조직화를 다루게 하였다. 이는 언어가 내적으로 지닌 일정한 언어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책상’이라는 청각적 기호는 실제로 지칭대상인 책상과 아무런 필연적이거나 자연적인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언어공동체가 ‘책상’을 책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일정한 체계가 이미 그들에게 전제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이는 언어의 체계가 개인의 개별적인 발화를 규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개인이 책상을 ‘의자’라고 부르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렇게 우리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언어체계를 랑그langue라 부르며, 우리가 실제로 내뱉는 언어인 발화 형태의 개별적이고 경험적인 말들을 파롤parole이라 일컬었다. 곧, 파롤 이전의 언어가 가진 기호 체계가 랑그인데, 이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활동에 있어서 파롤을 행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쉬르의 구조주의적 언어이해 방법은, 후에 나타나는 여러 사상가들에게 전파되며 문화·사회적으로 폭넓은 분야 전반에 확장되어 적용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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