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둥이의 블로그

 

 

지나고 보니 친구와 함께 갔기 때문에 작품을 오랜 시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고 다소 빠르게 훑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장권만 있다면 다시 출입할 수 있다고 하던데, 기회가 돼서 한 번 더 작품들을 감상해본다면 처음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스킨헤드 관련 사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입술에 ‘skins’라는 문신이 새겨진 사진이었다. 바깥 피부(살)에 문신을 한 것은 수없이 많이 보았어도 입술 안쪽에 문신이 새겨진 것은 처음 보았다. 사진전 벽에 쓰여 있는 설명을 읽어보니 닉나이트가 ‘스킨헤드’라는 영국의 노동자 계층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설명을 읽고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그렇게까지 하는 그의 모습이 상당히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 사진이야말로 그들과 친해져서 그를 잘 알아야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닌가 싶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포토그래퍼는 인물이나 대상 혹은 풍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몇 작품에서는 여성의 몸이 상당히 많이 드러나는 것도 있었는데, 의외로 야하다거나 섹슈얼한 느낌은 많이 받지 못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추측해보면, 어떤 신체부위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느낌이나 선을 보여주려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몸을 다 보여주기 보다는 조명을 사용해 일부는 가리고, 부각하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의상이나 그림자, 전체적인 색감이나 분위기를 더 부각시키려 한 듯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진은 껍데기가 벗겨진 원숭이의 사진이었다. 가까이서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지고 다소 불쾌한 감정마저 드는 사진이었다.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피로 물든 근육 같은 부분이 상당히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기에 사진을 오래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피사체와 관찰자 모두가 고통스러워지는 사진이었다.

또 잉크가 흘러내리는 사진은 상당히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 기법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꽃의 잉크가 흘러내리니, 뭔가 눈물같기도 하고 무너져내리는 마음같기도 하고, 뭔가를 상상하는 듯한 느낌도 있고, 꿈을 꾸듯 잡히지는 않지만 일그러진 어떤 영상 같은 느낌도 있어서 참 좋았다. 같이 갔던 친구가 의류학을 전공해서 디자인을 많이 아는데, 그 그림이 한 때 상당히 유명했고 또 유행했던 그림이라고 했다. 이 그림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면서 놀라는 친구 모습에 더 주의 깊게 관찰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4층에서는 어떤 투박한 옛날 갑옷을 입은 모습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무엇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영상 중에 you said, we would be, together forever 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어떤 여성이 총을 쏘는 작품도 있었는데, ‘풉’하고 웃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어떤 심오한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내가 느끼기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 해서 꼭 깊이 생각해야 하고, 뭔가 깊은 의미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웃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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